감자채볶음을 하다 보면 다 볶아갈 때쯤 뒤적이는 과정에서 감자채가 뚝뚝 부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접시에 담아놓고 보면 온전한 채 모양보다 부스러진 조각이 더 많아서, 보기에도 아쉽고 먹을 때 식감도 밍밍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젓가락으로 한 가닥씩 조심스럽게 뒤집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볶음 요리는 결국 주걱이나 뒤집개로 뒤적이면서 골고루 익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감자채가 계속 부딪히고 눌리다 보니 부러지는 게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부러지지 않게 볶을 방법은 없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방법이 여러 가지로 나오는데,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직접 하나씩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불 세기나 기름 양만 조절하면 될까 싶어서
가장 먼저 시도해본 건 불 세기를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센 불에서 급하게 뒤적이다 보니 부러지는 게 아닐까 싶어서 중약불로 낮춰서 천천히 볶아봤습니다.
기름을 평소보다 넉넉하게 둘러서 재료끼리 덜 들러붙게 해보기도 했습니다. 기름칠이 잘 되면 뒤적일 때 마찰이 줄어들어 덜 부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불을 낮춰도 뒤적이는 횟수 자체는 줄지 않으니 부러지는 감자채는 여전히 나왔고, 기름을 더 넣어도 부러짐 자체가 줄어드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감자가 익어가면서 점점 무르고 약해지는 게 근본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데치면 정말 안 부러질까
불 세기와 기름 양으로는 해결이 안 되니, 이번에는 볶기 전에 살짝 데쳐보기로 했습니다. 채 썬 감자를 끓는 물에 넣고 2분 정도 데친 뒤 건져서, 채반에 밭쳐 그대로 식혔습니다. 따로 소금이나 식초는 넣지 않고 맹물에만 데쳤습니다.
데친 감자채로 볶아보니 확실히 달랐습니다. 뒤적여도 부러지는 조각이 눈에 띄게 줄었고, 접시에 담았을 때 채 모양이 훨씬 깔끔하게 유지됐습니다. 게다가 식감도 오히려 더 아삭하고 맛도 좋아졌습니다. 부러짐만 줄어들 줄 알았는데, 맛까지 같이 좋아진 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데치면 왜 덜 부러지는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감자를 잠깐 익히면 전분질이 살짝 호화되면서 감자채 표면이 한 번 코팅되듯 단단해지는 원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생감자 상태로 바로 볶으면 열이 서서히 전달되면서 조직이 약해지는 반면, 미리 짧게 익혀두면 볶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어서 감자채가 뜨거운 팬 위에 머무는 시간도 짧아지는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덜 흐물흐물해지고, 뒤적일 때도 덜 부러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데치기, 이렇게 하면 됩니다
실제로 해본 순서를 그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일정한 두께로 채 썹니다.
- 냄비에 물을 넉넉히 끓입니다.
- 끓는 물에 채 썬 감자를 넣고 2분 정도 데칩니다.
- 건져서 채반에 밭쳐 그대로 식힙니다.
- 물기가 어느 정도 빠지면 팬에 기름을 두르고 평소대로 볶습니다.
데치는 시간은 2분 정도가 적당했지만, 감자를 써는 두께나 양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너무 오래 데치면 감자가 물러져서 오히려 볶을 때 뭉개질 수 있으니, 살짝 익힌다는 느낌으로 짧게 데치는 게 좋습니다.
감자를 써는 두께도 부러짐에 영향을 주는 부분입니다. 너무 얇게 채를 썰면 데치는 것과 상관없이 약해서 잘 부러지고, 반대로 너무 두껍게 썰면 데쳐도 속까지 고르게 익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젓가락 굵기보다 살짝 얇은 정도로 균일하게 써는 것이 데치기 효과를 제대로 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데치는 물의 양도 은근히 중요합니다. 물이 적으면 감자를 넣는 순간 온도가 확 떨어져서 데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감자가 물러질 위험도 커집니다. 냄비에 물을 넉넉히 끓여서 감자를 넣었을 때도 금방 다시 끓어오를 정도로 준비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감자 양이 많다면 한 번에 다 넣지 말고 두세 번에 나눠서 데치는 것도 온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하나 신경 쓴 부분은 데친 뒤 채반에 밭쳐 식히는 시간이었습니다. 뜨거운 상태 그대로 팬에 올리면 여열 때문에 계속 익어서 물러질 수 있으니, 어느 정도 김이 빠지고 겉면이 마를 때까지 잠깐 두었다가 볶는 편이 결과가 더 좋았습니다.
데친 물에 소금이나 식초를 넣으면 간이 배거나 조직이 더 단단해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번에는 맹물로만 데쳐도 충분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소금물로 데쳐서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고, 결과가 다르면 이 글에 이어서 업데이트해보겠습니다.
보관할 때도 데친 감자채를 활용하면 편리합니다. 한 번에 여러 번 먹을 분량을 데쳐서 물기를 뺀 뒤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해두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바로 볶기만 하면 되니 평소보다 조리 시간이 줄어듭니다. 다만 데친 상태로 너무 오래 두면 물기가 다시 배어 나올 수 있으니, 이틀 안에는 볶아서 드시는 게 좋습니다.
정리
감자채볶음을 만들 때마다 부러짐 때문에 답답하셨다면, 볶기 전에 살짝 데치는 단계 하나만 추가해보시길 권합니다.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아니고, 시간도 몇 분 더 걸리는 정도라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그 몇 분 덕분에 접시에 담았을 때 모양도 훨씬 깔끔해지고, 아삭한 식감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시락 반찬으로 쌀 때는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보기에도 좋으니, 도시락용으로 준비하실 때 더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자채볶음뿐 아니라 채 썰어서 볶는 다른 채소 반찬에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음에는 당근채나 애호박채로도 한번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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