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는 삼겹살이나 라면, 따끈한 흰쌀밥과 함께 먹을 때 진가가 드러나는 밥도둑 김치입니다. 배추김치나 깍두기는 손이 많이 가서 엄두가 나지 않아도, 쪽파는 손질법만 익히면 비교적 간단하게 담글 수 있어서 집밥 초보자가 도전하기 좋은 메뉴입니다.
저도 요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어머니가 뚝딱 담그시던 파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 무작정 도전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쪽파를 대충 씻었더니 흙이 씹혔고, 액젓 양을 잘못 맞춰 짜게 절여졌으며, 찹쌀풀을 너무 되게 쑤어서 양념이 파에 붙지 않고 겉돌았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맛이 어우러지지 않았고 풋내도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여러 번 다시 담그면서 절이는 순서와 양념을 고쳐 나갔고, 지금은 찹쌀풀 없이 담그는 방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처음 담글 때 실패하기 쉬운 지점과, 그것을 피하는 파김치 담그는법을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처음 담갔을 때 겪은 시행착오
흙과 물기를 소홀히 했을 때
쪽파는 뿌리 쪽에 흙이 남기 쉬워서 대충 헹구면 씹을 때 흙이 느껴집니다. 씻은 뒤 물기를 덜 빼고 절이는 경우도 흔합니다. 물기가 남은 채로 액젓을 부으면 액젓이 묽어져 간이 싱거워지고, 김치가 쉽게 무르거나 풋내가 날 수 있습니다.
절이는 순서를 지키지 않았을 때
쪽파의 흰 줄기는 단단해서 간이 잘 배지 않고, 연한 잎은 금방 숨이 죽습니다. 잎까지 한꺼번에 푹 담그면 줄기와 잎의 절임 정도가 어긋나 식감이 고르지 않게 됩니다.
액젓과 찹쌀풀 양을 잘못 잡았을 때
액젓을 빨리 익히려고 많이 넣으면 파 특유의 알싸한 맛과 겹쳐 쓴맛이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찹쌀풀을 되게 쑤면 양념이 무거워져 파에 고르게 발리지 않고 겉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찹쌀풀 없이 고춧가루와 액젓의 농도로 양념을 맞춥니다.
찾아낸 해결책: 찹쌀풀 없는 파김치 담그는법
재료 (쪽파 1단, 약 1~1.2kg 기준)
- 쪽파 1단 (1단의 무게는 판매처마다 다르니 저울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 멸치액젓 또는 까나리액젓 종이컵 2/3컵 (절이기용)
- 고춧가루 1.5컵, 매실액 4큰술, 다진 마늘 3큰술
- 다진 생강 반 큰술, 설탕 1큰술, 통깨 넉넉히
분량은 액젓 염도와 입맛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양념을 만든 뒤 맛을 보고 조정하세요.
1. 쪽파 손질하고 물기 빼기
누렇게 뜬 겉잎과 뿌리 끝의 지저분한 수염을 정리하고, 뿌리 쪽 흙을 털어냅니다. 뿌리는 완전히 잘라내기보다 수염만 다듬어 남겨 두면 모양이 유지됩니다. 찬물에 담가 흔들어 씻는 과정을 물을 갈아 가며 여러 번 반복합니다.
흰 뿌리 부분이 유난히 굵은 쪽파는 양념이 안쪽까지 스며들지 않아 맛이 겉돌 수 있어서, 살짝 칼집을 넣으라는 레시피도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단계에서 손질을 꼼꼼히 해 두면 뒤 과정이 훨씬 편해집니다.
씻은 쪽파는 채반에 받쳐 세워 두고 1시간 정도 물기를 충분히 뺍니다. 이 과정을 서두르면 앞서 말한 싱거움과 무름이 생기기 쉽습니다.
2. 흰 줄기부터 액젓으로 절이기
물기가 빠진 쪽파를 넓은 대야에 펼쳐 담고, 흰 줄기 쪽이 한쪽으로 모이게 놓습니다. 액젓을 흰 줄기 부분에 먼저 골고루 끼얹으면 연한 잎은 흘러내리는 액젓만으로 절여집니다.
액젓은 멸치액젓과 까나리액젓 중 어느 쪽을 써도 무방하다고 안내하는 곳이 많습니다. 15분쯤 지나면 위아래를 한 번 뒤집어 주고, 전체 절이는 시간은 25~30분 정도로 잡습니다. 너무 오래 절이면 질겨지니, 숨이 살짝 죽는 정도에서 멈춥니다.
3. 절임 액젓으로 양념 만들기
쪽파를 건져낸 뒤 대야에 남은 액젓은 버리지 않고 그대로 양념에 씁니다. 여기에 고춧가루, 매실액,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설탕을 넣어 섞습니다. 고춧가루가 불어 양념이 뻑뻑하지 않고 매끈해질 때까지 5~10분 두면 파에 바르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절임 액젓에 이미 간이 들어 있으므로 양념을 만든 뒤 한 번 맛을 봅니다. 짜다 싶으면 매실액이나 설탕을 조금 보태고, 싱거우면 액젓을 소량씩 더해 맞춥니다. 한 번에 다 넣지 않고 조금씩 조정하는 편이 실패가 적습니다.
4. 버무려 담기
쪽파의 흰 줄기부터 양념을 듬뿍 묻히고, 잎 쪽으로 훑어 내리며 발라 줍니다. 4~5가닥씩 손가락에 돌돌 감아 타래를 지어 김치통에 담으면 꺼내 먹을 때 엉키지 않습니다. 대야에 남은 양념을 위에 얹고 통깨를 뿌린 뒤 가볍게 눌러 마무리합니다.
초보자가 겪는 실수
숙성은 반나절에서 하루
갓 담근 파김치는 알싸한 매운맛이 강합니다. 실온에서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두었다가 김치냉장고로 옮기면 맛이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계절과 실내 온도에 따라 익는 속도가 다르므로 시간보다 맛을 보고 판단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담글 때 타래를 통에 꾹꾹 눌러 담아 두면 양념이 아래로 고이지 않고 골고루 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익힘 정도는 취향대로
새콤하게 푹 익은 맛을 좋아한다면 실온에 하루 반 정도까지 두었다가 냉장 보관합니다. 알싸하고 아삭한 식감을 살리고 싶다면 반나절만 두고 바로 차게 보관합니다.
찹쌀풀을 넣고 싶다면
찹쌀풀을 넣는 방식도 널리 쓰입니다. 넣는다면 풀을 묽게 쑤어 완전히 식힌 뒤 양념에 나눠 넣으며 농도를 보세요. 저는 풀 없이 담근 쪽이 텁텁하지 않아 더 잘 맞았습니다.
마치며
처음에는 흙과 물기, 절이는 순서, 액젓 양에서 대부분 어긋났습니다. 이 세 곳만 바로잡아도 파김치는 훨씬 안정적으로 익습니다. 손질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첫 한 통은 쪽파 1단을 다 쓰기보다 절반 분량으로 시작해 간과 숙성 시간을 익혀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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